멸진정

(멸수상정에서 넘어옴)

멸진정(滅盡定, 산스크리트어: nirodha-samāpatti)은 다음의 분류, 그룹 또는 체계의 한 요소이다.[1][2][3]

멸진정은 멸정(滅定) · 멸진등지(滅盡等至) · 멸진삼매(滅盡三昧) · 상수멸정(想受滅定) 또는 멸수상정(滅受想定)이라고도 한다.[2][3][4][5]

멸진정은 무상정(無想定)과 마찬가지로 마음[心]과 마음작용[心所]을 소멸[滅盡]시켜 무심(無心)의 상태에 머무르게 하는 선정이다.[2] 무상정은 이생범부(異生凡夫)가 닦고 (得)하는 선정임에 비해 멸진정은 성자가 모든 심상(心想)을 다 없애고 적정(寂靜)하기를 바래서 닦는 선정으로,[1] 특히 선정의 장애[定障]를 멀리 떠난 부처구해탈(俱解脫)의 아라한이 그 지닌 바 역량을 바탕으로 (得)하는 선정이다. 멸진정은 무색계의 4천 중 제3천인 무소유처(無所有處)의 번뇌를 이미 떠난 상태에서 닦는 선정이기 때문에, 그 경지가 거의 무여열반(無餘涅槃)의 적정(寂靜)에 비견된다.[2]

멸진정에 대해서는 부파 또는 종파에 따라 의견이 서로 다르다. 같은 부파 또는 종파의 논서들에서도 멸진정의 세부 내용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이 존재한다. 그리고 현대의 학자들의 해석에도 차이가 발견된다. 이러한 각종의 이설(異說)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것들을 들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2][3]

부파불교

아비달마품류족론

아비달마품류족론》에서는 멸진정(滅盡定)을 멸정(滅定)이라고 칭하고 있다. 이 논서에 따르면, 멸진정은 무소유처(無所有處)의 번뇌[染]을 떠난 상태에서 지식상(止息想: 멈추어 쉬려는 생각, 의도 또는 의지)을 작의(作意: 결심하고 실행함)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마음마음작용이 소멸되는 선정이다.[6][7]

아비달마구사론

아비달마구사론》에 따르면,멸진정(滅盡定)은 무상정과 마찬가지로 마음마음작용이 소멸되게 하는 선정이다. 그리고 멸진정과 무상정은 모두 개별적 실체, 즉 실유(實有) 또는 실법(實法)이다.[8][9]

이러한 점에서는 두 선정은 동일하지만, 무상정의 경우 해탈을 구하기 위하여 출리상(出離想: 벗어나 떠나려는 생각, 의도 또는 의지)을 작의(作意: 결심하고 실행함)하는 것을 우선으로 삼으며, 멸진정은 정주(靜住: 마음이 산란을 떠나 고요히 머무는 것)를 구하기 위하여 지식상(止息想: 멈추어 쉬려는 생각, 의도 또는 의지)을 작의(作意: 결심하고 실행함)하는 것을 우선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8][9]

무상정색계4선천(四禪天) 중 최고위인 제4정려에 존재하는 것임에 비해, 멸진정은 오로지 유정(有頂, 산스크리트어: bhavāgra) 즉 무색계의 4천(四天) 중 최고위인 바로 비상비비상처(非想非非想處)에만 존재한다. 유정(有頂)은 유정천(有頂天) 또는 유정지(有頂地)라고도 하는데 비상비비상처를 가리키는 말이다. 유정(有頂)은 문자 그대로는 '유(有)의 꼭대기[頂]'라는 뜻으로, 욕유 · 색유 · 무색유3유(三有)에서 가장 높은 곳이기 때문에 유정(有頂)이라고 한다. 또는 거기에 태어난 유정(有情, 중생)의 소의신은 최상의 에 의해 낳아진 것이기 때문에 유정(有頂)이라고 한다. 따라서, 멸진정은 3계 중 가장 고급한 상태 또는 경지에 도달한 후에야 비로소 획득할 수 있는 선정이다. 따라서 아직 부처의 경지에는 미치지 못하였지만 부처의 상태에 거의 근접한 성자들 즉 아라한들만이 획득할 수 있는 선정이다.[8][9][10] 즉, 멸진정은 부처구해탈(俱解脫: 정력(定力)과 진지력(眞智力)으로써 번뇌장과 해탈장을 함께 벗어나는 것[11])을 성취한 아라한만이 할 수 있는 선정이다.[2]

멸진정은 무상정과 마찬가지로 이염득(離染得)이 아니라 가행득(加行得)이다. 즉, 무상정색계제3정려번뇌를 끊고 제4정려에 올랐다고 해서 저절로 획득되는 선정이 아닌 것처럼, 멸진정 역시 무색계의 제3천인 무소유처번뇌를 끊고 비상비비상처에 올랐다고 해서 저절로 획득되는 선정이 아니다. 즉 멸진정은, 무상정과 마찬가지로, 비상비비상처에서 가행(加行) 즉 별도의 노력을 기울여야만 비로소 (得)할 수 있는 선정이다.[8][9][12][13]단, 부처의 경우에는 진지(盡智)를 성취할 때, 즉 일체의 번뇌가 이미 다하였다는 것을 알 때, 즉 성불(成佛)할 때, 즉 보리(菩提)를 증득할 때 멸진정이 획득되기 때문에, 가행득이 아닌 이염득이다. 그리고, 성불한 존재 즉 부처의 원만한 덕성[圓德]은 가행 즉 노력에 의해 획득되는 것이 아니라 욕락(欲樂)에 의해 갖추어지는 것 즉 필요시 원할 때 저절로 갖추어지는 것으로, 멸진정이라는 원만한 덕성 또는 공덕을 포함한 부처의 모든 공덕은 모두 이염득이다.[8][9]

무상정이생(즉 범부)이나 외도가 닦는 선정이고, 멸진정은 성자가 닦는 선정이다. 무상정이숙과색계 제4선 광과천으로, 여기서는 소의신을 갖기 때문에 무상(無想)에 들더라도 존재가 소멸된다는 두려움이 없으므로 이생(즉 범부)도 획득할 수 있지만, 멸진정은 그 이숙과무색계의 유정천 즉 비상비비상천이기 때문에 무상에 들게 되면 존재가 소멸된다는 두려움을 느끼게 되기 때문에 이생(즉 범부)은 결코 획득할 수 없다.

그리고 유정천의 견소단(惑)을 끊지 못한 자는 멸진정을 일으킬 수 없는데, 유정천의 견혹유루지로써는 끊을 수 없고 오로지 무루지로써만 끊을 수 있기 때문에 멸진정은 오로지 성도(聖道)의 힘에 의해 일어나는 것이라고 말한다.

아비달마순정리론

대승불교

유가사지론

현양성교론

대승아비달마집론·잡집론

대승오온론·광오온론

대승백법명문론·해

성유식론

참고 문헌

  • 곽철환 (2003). 《시공 불교사전》. 시공사 / 네이버 지식백과.  |title=에 외부 링크가 있음 (도움말)
  • 권오민 (1991). 《경량부철학의 비판적 체계 연구》. 동국대학원 철학박사 학위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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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륵 지음, 현장 한역, 강명희 번역 (K.614, T.1579). 《유가사지론》. 한글대장경 검색시스템 - 전자불전연구소 / 동국역경원. K.570(15-465), T.1579(30-279).  |title=에 외부 링크가 있음 (도움말)
  • 세우 지음, 현장 한역, 송성수 번역 (K.949, T.1542). 《아비달마품류족론》. 한글대장경 검색시스템 - 전자불전연구소 / 동국역경원. K.949(25-149), T.1542(26-692).  |title=에 외부 링크가 있음 (도움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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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