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체

바이러스체, 혹은 바이롬(Virome)은 특정 생태계나 통생명체에 서식하는 바이러스들의 유전정보를 한데 묶어 부르는 말이다. 바이러스와 게놈의 합성어로, 바이러스의 샷건 메타게놈 시퀀싱을 설명하며 처음으로 사용되었다.[1] 모든 대형생물은 각자 박테리오파지바이러스를 포함하는 바이러스체를 가지고 있다. 영양소와 에너지 순환,[2] 면역의 발달,[3] 용원성 생활사 전환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4]

역사

바이러스체는 현재 군유전체학 연구법으로 구분되는 집단 샷건 시퀀싱의 첫 번째 결과물이다.[5] 2000년대에 로워(Rohwer) 연구실은 해수,[5][6] 해양 침전물,[7] 성인과[8] 유아의 대변,[9] 흙,[10] 혈액으로부터[11] 바이러스체를 시퀀싱하였다. 이 연구팀은 이후 싱가포르 유전체기관(GIS, Genomic Institute of Singapore)와 협업하여 RNA 바이러스체도 처음으로 시퀀싱한다.[12] 현재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굉장히 다양하며, 그 다양성의 대부분은 아직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13]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마이코박테리아 파지 등 다양한 파지 개체의 서열을 분석하는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14]

연구방법

바이러스체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우선 세포로부터 바이러스 유사입자를 분리해야하는데, 이 과정은 여과, 원심분리법, 효소를 통한 부유 핵산 제거 등으로 이루어진다.[15] 군유전체학적 방법을 통해 이렇게 분리된 바이러스의 유전체들의 서열을 분석한다. 최근에는 계산적 분석방법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16]

대표적인 데이터베이스로는 전세계의 해수로부터 150개의 시료 만들어 심층 서열 분석한 내용인 Global Ocean Viromes (GOV)가 있다.[17]

군유전체학

군유전체로부터 파지의 염기서열과 대조를 통해 파지의 유전체를 구분할 수 있다.

전 세계 3,042개 장소에서 채취한 시료만 해도 5Tb가 넘는 양인데, 현재 이를 기반으로 바이러스의 분포, 계통학, 숙주 친화성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18] 2016년 8월, 계산적 방법을 통해 12만 5천개가 넘는 DNA 바이러스체 조각으로부터 지금까지 알려진 모든 파지들보다 더 큰 파지를 검출하였다.[18]

크리스퍼-Cas로 대표되는 원핵생물의 면역계는 이전에 자신을 감염시켰던 파지의 유전체 조각 "도서관(library)"를 프로토스페이서로 잡아둔다.[19] 실제로 미생물의 유전체에서 분리된 스페이서의 서열은 군유전체적 바이러스 콘티그(mVC)와 대조한 결과 4.4%가 바이러스군에서, 1.7%가 개체에서 비롯된 것(singleton)으로 밝혀졌다.[18]

바이러스의 tRNA 유전자가 숙주에서 기인할 것이라는 가설을 확인한 결과 7.6%가 숙주에서 기원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같은 연구에서 숙주-바이러스 관계로 추정되는 후보들 중 9,992개를 분석한 결과 7.7%의 mVC가 숙주와 일치함 역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이전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숙주-바이러스 관계들이 밝혀졌으며, 이전에 연관된 어떤 바이러스도 알지 못했던 16개의 원핵생물들의 숙주관계가 새로이 알려졌다.[18]

사람의 구강에서 채취한 mVC상의 세 프로토스페이서가 서로 다른 세 의 CRISPR 스페이서와 유사하다.

또한 인간의 구강에서 채취한 바이러스들의 군유전체적 콘티그들을 분석한 결과 방선균이나 후벽균의 스페이서와 일치하는 프로토스페이스를 확인할 수 있었고, 이로써 사람에게 존재하는 바이러스들의 또다른 숙주관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18]

2017년 1월에는 가장 큰 공공 바이러스 데이터베이스인 IMG/VR 시스템이 265,000개의 군유전체 및 개개 바이러스 서열을 저장하고 있음이 알려졌다.[20] 2018년 11월에는 IMG/VR v.2.0이 출현하면서 저장된 서열이 760,000개로 확대되었다.[21] 이를 통해 바이러스의 서열과 바이러스체의 서열을 비교 대조할 수 있다.

각주